봄날, 우도에서
연노랑 옷을 입고 완만한 밭 언덕을 몇 시간째 걷고 있다. 웬 낯선 여자가 혼자서 저리 밭둑을 걸어갈까. 노란 눈들이 술렁댄다. 언덕 주인 유채는 나를 동색으로, 동료로 인정해 줄 모양이다. 유채의 보호자인 긴 돌담장도 적의가 없다. 오히려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해 주고 있다. ‘지켜줄게, 지켜줄게, 지켜줄게…. ’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분다. 바람의 손길에 순순히 풀이 눕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나 풀을 지배하고 나를 밀어내던 지난해와는 다른 바람 다른 풀이다. 이제 그들은 내 뺨을 보드랍게 쓸어주며 함께 말을 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얕은 언덕에 앉은 나는 바다의 사랑을 지켜본다. 다가오면 안아주고, 다가와서 안아주는 그들의 몸짓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다. 한결같은 사랑이다. 저들의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