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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

점령‘품위 없고 교양 없는 것들…….’ 샤워용 헤어밴드 아래로 땀이 미끄러져 내린다. 땀구멍을 통해 천천히 빠져나가는 몸속의 찌꺼기들, 느긋하고 편안하다. 그래, 저 여자들이 없으면 정신까지 맑아질 것인데.진순이 잠겨 있는 탕 가장자리에서 쿡쿡대며 웃는 여자 둘, 한참 전부터 주위 상관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긴장을 놓아버린, 겹겹이 쌓인 물렁한 몸통들. 굵은 허벅지 위로 크고 작은 타이어 같은 배가 몇 줄씩 쌓이고, 그 위에는 두 개의 산이 또 늘어져 있다. 왕릉같이 둥그마하게 살찐 어깨, 저 속에 든 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짧은 목 위에 올려진 볼이 축 쳐진 얼굴, 선명한 눈썹, 흡사 관촉사 미륵불 같다. 붉게 달궈진 얼굴 위의 푸른 문신, 눈썹과 아이라이너를 새겨넣은, 처음에는 검정색이었겠지만..

소설 2025.10.29

흐리고, 한때 편지

첨벙너의 어깨쯤에 닿는 돌편지* 물의 세상에 살았던 것일까 발자국을 세지도 않았는데 가지런함에 대해 오후의 가장 고운 몇 간을 몇 번이고 잘랑거렸다며… 바람의 날줄 서넛 생채기가 났을지도 모를 일 뱀의 길에 대해서는 스쳐 간 옆구리의 서늘함을 찾아 발끝을 세울 것공기의 두께를 가늠하던 호박잎손끝 힘을 놓아 버릴 때그 아래 스르르 지나가는…… 숨, 소리가 쉰다섯 해를 딛고서야 도착한주머니 없는 옷일곱 개의 단추를 묶고지문 묻은 돌을 찾느라 또 사흘 강변에서는 조심히 걸을 것, 부디 어제와 오늘은 앞뒤가 없고밟히는 돌 만큼 숨소리가 깔려 있어 강은 온통 우체통돌무더기 틈에 잠자는 뱀의 허리가로로 흔들리는, 가늘게 오르내리는 서늘함이 도착한, 돌편지의 온기가 식는, 시간의 교차로는 서북 방향여름밤이 울컥이는..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