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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우주

숨겨진 우주 - Lasa Randall - - 질문의 시작 초등학교 자연 시간, 모든 물질은 분자로 만들어졌다는 선생님 말에 손을 들고 질문한다. “그러면 분자라는 건 뭐로 만들어졌나요?” “그건 몰라도 된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나는 분자에 머물러 있다. 중학교 물리 시간,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 원자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핵과 전자는 무엇인가요?”, “그런 건 시험에 안 나온다.” 나는 여전히 전자에 멈추어 있다. 내 질문 탓에 진도를 내지 못한다 말하던 선생님은 나를 내버려 둔다. 『숨겨진 우주』라는 책을 만났다.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이 쓴 물리학 책이다. 솔직히… 내가 이런 책을 본다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고 분수없는 짓이다. 너..

수필 2022.06.23

업둥이와 물망초

며칠 전 명함을 해 갔던 손님이 재차 찾아왔다. 다시 해야겠단다. 클레임이구나 생각했다. 편집디자인 일 중에서 클레임 빈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명함이다 보니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고객은 클레임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 사진을 넣고 새로 만들어 달라했다. 우리 사무실에서 명함은 ‘종합예술’ 이라 불린다. 명함이란 것이 이름과 전화번호가 찍힌 작은 종이에 불과하지만, 온갖 장르와 갖은 스킬이 동원되는, 미니어처 격전지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까닭이다. 가로 8.5cm 세로 5cm 남짓의 작은 지면에 수많은 정보가 들어간다. 이름과 전화번호는 필수이며, 각종 주소와 로고, 사진, 때로는 광고도 들어가고 영업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취급하는 물품들을 넣기도 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뒷면에..

수필 2021.10.21